강릉이야기 136

(ep95) 버들피리

햇살 따슨[따신] 날, 해던나[아가] 에미[어미] 젖 뿔듯이 눈 녹어 흐르는 고라뎅이[골짜기] 다렝이[다랑논]에 물 막아 댄 아부지는 논슴[논뚝] 바루구[바르고], 너너머[너무] 헤푸달 정두루[정도로] 씩스바리[시시덕이]인 누우[누나]와 나는 버드가아지[버들강아지]가 털옷으 해입구, 가느단 허리껭이루[허리로] 게오르는[기어오르는] 연두색 물 오른 버들가젱이[버들가지]르 꺾어 주래[버들피리]르 틀어 불었장가. 옴보가리지는[오목해지는] 조개볼[보조개]이 데워[되우]이쁘다한[예쁘다한] 어멍이가 나부함지[귀함지]더거 증슴[점심]으 이구 올 때까정[때까지] 까재[가재]르 한 다리끼썩[다래끼씩] 잡어놓구는, 쉴 챔[참]에 봉초[봉담배] 말러 나온 아부지르 쫄르문[조르면] 요술맨치[요술처럼] 잘 맹길어주능[만들어주는..

강릉이야기 2024.08.09

(ep94) 쇠멕이기

우리 클 저[적]야 핵교 갔더 오문 쇠 멕이능 기 일이지 머[뭐]. 그땐 왜서[왜] 그러[그렇게] 싯튼지[싫든지]. 아덜 여레이[여럿이] 워느[어느] 고라뎅이[골짜기]에 짚숙히[깊숙이] 들어가 쇠르 든내놓구선[드러내어놓고선] 소(沼)에 들어가 털버덩거리미[텀벙거리며] 해질 때까정[때까지]이지 머. 그래더거 산그림재가 고라뎅이[골짜기]루 강중배기하문[곤두박이치면] 쇠르 끌구와. 우떤[어떤] 때는 지랄하구 영각으 케대미 암쇠 똥궁기[꽁무니]따러 댕기느라 풀으 안처먹어서 뱃구리[배]가 움푹 둘러[두려] 꺼지문 으런[어른]인데 야단맞아. 그래문 우째는지[어쩌는지] 아나. 또랑서 강질루[강제로] 물으 뿔룩하게 멕예.

강릉이야기 2024.08.09

(ep93) 반딧불

그즌[그전]에야 머[뭐] 개똥벌거지[빈딧불]가 천지사방 지천으루 좀 쌔빠졌나[흔했나]. 초여름 지녁[저녁] 하머[벌써] 어스름하문 온 고라뎅이[골짜기]가 어지룹두룩 날어댕겐데 말이야.  인재[이제]는 눈꼽자구[눈곱재기]르 줴틀구 봐두 워데[어디] 가 배겐지 없아.  근데[그런데] 요 울매즌[얼마전]에 영세[영서] 갔더 오더 대굴렁으 밤느지막히[늦게] 늠더가[넘다], 그눔어 개똥벌기가 머이 좋다구 강릉 개바다[밑바닥]에 마커[모두] 모옜아.  도시가 달부[온통] 번쩍번쩍하는 기 개똥벌기루 뒤덮헤 우쨈[어쩜] 그러[그렇게] 장관인지. 우리 클 직[적]에야 머[뭐] 여름만 되문 밤으루 개똥벌거지르 잡어가주 반짝거리는 반득불만 떼더게 온 낮반데기더[낮에다] 허벌나게[벌창나게] 붙예가주 그그두 자랑이라구 돌어댕겠..

강릉이야기 2024.08.08

(ep92) 잔치집

잔채[잔치]집에 가서 찍싸게[실컷] 조먹구[얻어먹고] 늘어지두룩 놀더거 나와서 신으 찾으니, 이 밸아 처먹을 신이 정낭[변소]간지, 개새끼가 물어간지, 암만[아무리] 찾어두 움장가.사방 뒤갑[뒤짐]으 해두 없구 우짼[어쩐] 다 뜰어진[떨어진] 고무신떼기[고무신]가 내궁굴장가[내굴잖는가]. 요래 가마이 생캐보니[생각해보니] 언눔이 흔[헌]신으 역부러[일부러] 신구왔더거 새신으 바꼬[바꾸어] 신구 강 기 뻔하장가. 지난 달은 뉘가 신으 짝자구르 싱구강기, 신으 바꼬 신구 갈라문 오부뎅이[몽땅] 마커[전부] 신구 가든지 하지 짝자구[짝짝이]르 해 신구 갔장가.긴데 이번은 바꾸킹 기 아이라 순다지[순] 바꼬치기해서 신구 갔아. 고딴 매핸[나쁜] 짓따구리[짓]르 하는 종재[종자]가 멫간[몇] 있장가. 내거 낼 알..

강릉이야기 2024.08.08

(ep91) 찡고먹기

할으비하구 세 살배기 손지[손자]하구 찡고먹기[끼워먹기]르 뛰는데[두는데], 할으비가 절절 매구 앉었장가. 그래 한 수를 물레달라[물려달라] 그래니 워데가서 물고[물려] 주갱가. 할으벙이답잖이 그랜다구 슬슬 골레가미[골려가며] 결대[절대] 일수불퇴라 이래미 올방구 책상다리르 배무[뱀] 모넹이루[모양으로] 또바리치구[똬리치고] 앉어서 우리 하르벙이가 워데[어디] 갔나, 지무시나[주무시나], 이래미 놀구장가[놀리잖는가]. 개구[그리고] 인전[이젠] 참장기[장기]두 뛰문 그긋두 개구[맥]르 못 친다장가.

강릉이야기 2024.08.07

(ep90) 암행어사

멫 백리 찰마갈[찰산골]에 낙향해서 사는 째지두룩[찢어지도록] 가난한 섬비[선비]집에 동문수학하던 옛칭구[친구]가 찾어왔거덩. 참 방굽기는 한데 이늠어 집이 솥이 올러왔더 네레왔더 하는 굶기르 밥 먹듯하능 기 때거리가 당장 음ㅅ거덩. 머이래두 있어서 낋예[끓여] 멕예 보내야는데 안덜[아낙]이 가만뎅이[가만히] 생캐두[생각해도] 대즙할 질[길]이 막막하거덩.그러니 우터해[어떻게해].백에 나가 우터[어떻게] 술 한벵 사들구 바울[장만할] 음석거리[음식거리]두 좀 사서 삽적[사립문] 안으루 들어오더거 고만에, 돌뿌레게[돌부리에] 탁 글레늠어지미 나가 꼬시내기핸데[고꾸라졌는데] 술벵이 퍽석 깨졌거덩. 그그 우터 받어왕 긴데, 그래니 울매나[얼마나] 짼하갱가. 수건으 뒈씨구[뒤집어쓰고] 엎디레 대성통곡으 했거덩...

강릉이야기 2024.08.07

(ep89) 층발

으런들 말에 메누리는 좀 낮은 데서 보구, 싸우[사위]는 좀 높은 데서 보라는 말이 있는데 말이야. 늠은 골 진호가 인숙이인데 장개르 가능기 아무캐두 층발이 지장가. 알구 보문 그전에 진호집이 인숙이집에서 굽신거리든[굽실거리던] 하종배[하인배]랬다장가. 거게더거 개코댕가리[동강]나 머 살림두 음ㅅ재, 지랄뻗능 그 말구, 배웅 긋두 음ㅅ재, 내세울간판[얼굴]두 자지리두 음ㅅ재, 머이든지 층발이 지장가. 그래니 즈들찌리[저희들끼리] 좋어하니 인재 와서 빼두 박두 모하구 헐수할수 음ㅅ어지낸다지만 말이야. 진호가 통박[머리]으 굴렝같장가. 좁씨[조의씨]르 뿌레 싹이터 배떼기가 불러 남산[만삭배]이 되는데야 지깐년[제까짓년]이 배길 재간이 있능가. 워쨌든 헹펜이 어상당해야[어중간해야] 불란이 음ㅅ는 긴데 저러 층..

강릉이야기 2024.08.06

(ep88) 옥수수

옥식기[옥수수]르 이러 가마이 보문 말이야, 그 옥식기통이 나올 저는 안덜이 해다[아가]가 깰까봐서 등떼게더 조용히 업구 밭머리꺼정 나와서 일간 서방으 지다리능 그 맨치루 고지넉하구. 또 우떤 때는 말이야, 군대들 줄루리[줄줄이] 줄으 세서 열벵식으 하능 그맨치루 서그럭서그럭하는[서걱서걱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거덩.그래구 뭉개구룸이 떠가는 초여름에 쏘내기가 한 채레 지내가길 바랬는 색시같거덩.니 농촌서는 옥식기라 부르고 어촌서는 강냉이라고 더 많이 씨는 이유르 아나. 몰르재.두 개 이름이 달라두 넘 달른데 왜사 그러 부르는지 알코줄께.강릉사램들은 잘 생카문 알겠지만 강냉이는 옥식기 열매를 주로 강냉이라 불라.옥식기를 길르는 농촌서는 작물에더거 주로 관심으 두니 옥수수의 강릉사투리인 옥식기라 불르구, ..

강릉이야기 2024.08.06

(ep87) 쌍가마

연숙이 잔차날[잔치날]에 말이야. 반나잘쭘 해서[돼서] 신랑 가매가 온다 기벨이 오드니만, 머이 그더처[내처] 뒤에 가매가 또 한나가 온다구 그래니 마커[모두] 내더봤아. 어라[얼래], 마당으루 쌍가매가 들어달렝 기야. 어안이 벙벙하지만 일은 하머[벌써] 벙클어[커져]두 보통으루 벙클엉[커진] 기 아니데야. 신랑이 둘이 떡 나세니, 짐작에 수군수군 체내[처녀] 품행이 단정치 모하구 그기 헤펐다는 얘기거덩. 떡 그지겡이 되니 벌집 튕겡그맨치 웅성웅성 소레기[소리]가 오가구, 아가레담지 모할 욕세[욕설]가 쏟어지는데 심비[신부]집은 참 뒈질맛[죽을지경]이지. 그래드니 예레이[예끼], 워데서 아주 드루운 늠어 집구석키라구 춤[침]으 탁탁 내뱉으미 쌍가매 둘 마커[모두] 되돌어갔거덩. 집안망신 개망신으 뜰구 연..

강릉이야기 2024.08.05

(ep86) 마갈쳉이

마갈쳉이[산골] 오래된 초가 지붕케[지붕에] 고지순이 흘러내리문 밤에 하얀 꽅이 페서[피어서] 언나[어린아이]가 들어세듯 고지가 달리구, 남산처름[만삭배] 둥구런 달뎅이만 해지더거 서리 맞어 익으문 몸 풀듯 따개서[짜개서] 바각지 맹글거덩. 제비가 물어다 준 고지씨. 언눔이 흥부, 놀부 즌설으 맹길어서 기맥히게 갖더 붙옜을까.옷 하야니 빨어 빨랫줄에 늘구[널고] 바지대르 괴우구 나문, 기다렝그맨치 워데서 숨어있더거 날아오는 앉일벵이[잠자리]가 고 끄트바리[끄트머리]루 네레앉는 한나잘. 왠지 지다레지는 마음 고지넉할[고즈넉할] 쯤, 우체부가 펜지 들구 오는 날.정지 밖 밤낭그서 뜰어진 밤꼬셍이[밤송이]르 까보문 신혼밤은 상구[아직]두 신혼인지 둘이서만 꼭 쩌난구[껴안고] 있구, 돌배기[세톨백이]는 춧 해던..

강릉이야기 202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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