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둘레길을 걷다 나무 데크 위에서 힘없이 지쳐서 가만히 멈춰 서 있는 거대한 말벌을 봅니다. 한여름 숲속을 호령하며 다른 곤충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던 ‘천하무적’ 말벌이, 대체 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힘을 잃고 데크 바닥에서 생을 마감해 가는 것일까요? 1. 수컷 말벌의 단 하나의 존재 이유: 짝짓기여름 내내 숲을 지배하는 말벌들은 대부분 일벌(암컷)입니다. 이들은 집을 짓고, 애벌레를 키우며, 다른 곤충을 사냥하는 고된 노동을 전담합니다. 반면, 가을이 다가오면 말벌 집에서는 아주 특별한 개체들이 태어납니다. 바로 이듬해 새로운 제국을 건설할 ‘예비 여왕벌’과 이들과 짝짓기를 할 ‘수컷 말벌’입니다.수컷 말벌은 침도 없으며 사냥도 하지 않습니다. 오직 공중에서 날아올라 유전자를 후대에..